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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금요일 두번째

 

 

13:16 중국음식점에 들어가 제일 만만한 볶음밥을 시켜 먹고 울산 도심을 통과한다.

배 속에 뭐가 들어가니 그래도 좀 낫다. 햇볕이 좀 따갑지만 힘을 내서 가 본다.

한참을 걸어가도 울산 도심을 못 벗어난다. 내가 거의 기어가다시피 이동하는 것도 있지만 울산이 큰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이제 태화강을 건너 울산 도심을 빠져나가 동해안까지 가로질러 정자해변을 지나 나아해변을 거쳐 봉길해변까지 다이렉트로 갈 계획이다.


13:27 할 수 있다고 주문을 외우면서 달리기를 몇 십 여 분, 다리를 하나 만났다. 다리 밑에 억세 밭이 말 그대로 천지를 뒤덮고 있었고, 그런 둑방길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 같아 현재 위치를 지도앱으로 살펴보니 명촌대교다.

, 이 곳이 가을에 황금물결 억세풀로 유명한 태화강 억세길이구나.

 

다리를 건너려는데 어라 바로 앞에서 배낭을 메고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가는 달리미가 있다. 반가운 마음에 쫓아가지만 스피드가 상당하다. 지금 태양이 머리 꼭지에 있을 때 이 정도 속도라니, 놓치겠다.

 

 

헉헉거릴 정도로 몇 백 미터를 따라가는데 뒤따라가는 내가 느껴졌는지 앞서 달리던 달리미가 갑자기 발걸음을 늦춘다.

뒤돌아 보는데 땀이 범벅이다.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보길래 자초지종을 말하고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 분 역시 마라톤에 미치신 분이다.

 

 

마라톤 한지는 십 여 년이 넘었고 나이는 오십이라는데 반백의 스포츠머리가 인상 깊다. 회사 근무 마치고 15킬로미터 정도를 뛰어서 퇴근주 중이라고 한다.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다시 인사 나누고 기념사진 찍고 다시 떠난다.

 

이제 나는 경주로 간다.

 

14:26  태양이 작렬한다. 산업단지에 들어섰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다 공장이고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지글거리는 태양도 그저 친숙하기만 하다. 굳이 그늘을 찾으려 하지도 않는다.

길가에 무궁화꽃을 우연히 봤는데 가슴 속 깊이 뭔가 뭉클한것이 솟아오르면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뭐야 이 난데없는 애국심.

 

 

15:23 산업단지를 벗어나자 마자 산길 속 오르막 도로다. 아마도 무룡산 둘레길일 것이다.

높이 451미터의 무룡산은 울산광역시 북구 화봉동, 연암동을 걸쳐 산맥이 이어져 있다. 아마도 여기를 넘어가면 바로 바다.

이제 산길을 벗어나면 논밭길이 나올 것이고 시골길을 통과하다가 동해바다가 보이면 그 곳이 바로 정자항이리라.

 

 

역시 내륙에서 도심이 아닌 곳에는 사람도 없고 자동차도 없다. 산길은 더더욱 그러하다. 어디를 둘러 보아도 산 너머 산이다.

이따금 쉭, 하며 지나가는 자전거가 없었으면 이 넓은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놓여졌다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다.

오르막 내리막이 무척 심하다 보니 거의 몇 분에 한 번 꼴로 속도를 즐기는 라이더들이 지나간다.

 

힘들다. 하지만 체력이 바닥인 채 달리는 건 이제 이골이 났다.

오르막에서도 그늘이 있는 곳까지 빠르게 뛴다. 그늘이 있는 곳에 도착하면 또 천천히 걷는다. 거꾸로 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태양볕은 빠르게 통과, 그늘에서는 천천히 걸으며 체력회복, 그간 꽤 요령을 터득한 셈이다.

 

 

용이 춤추는 산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무룡산,

산이 모두 풍성한 초록풀잎으로 가득 차있다. 산은 초록으로 풍성하고 내 마음은 자유로움으로 풍성해 진다. 허우적 거리는 나의 발사위는 마치 용의 춤사위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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