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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월요일. 국토일주 열 사흗날, 월포해변에서 대진해변까지 이오이오님, 낮주님과의 동반주
목표경로: 월포해변-화진해변(8km)-남호해변(10km)-영덕군 영덕읍(10km)–대진해변(20km) 총 48km
6월 13일 월요일 첫번째
06:33 눈을 떠보니 시간이 벌써 아침 6시가 훌쩍 넘었다.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지금 일어나다니 아주 단잠을 잔 모양이다. 이오이오님도 몸이 가뿐하다고 한다. 그래, 오늘 서두를 것이 무어가 있는가. 물병에 물 채워놓고 핸드폰과 예비 배터리 충전 확인하고 테이핑도 하고 선크림바르고 배낭을 꾸린다.
제길, 어제 손빨래한 양말이 아직 다 안 말랐다. 배낭 옆구리에 달아놓고 가면서 말리기로 했다.
07:32 여장을 꾸리고 여관문을 나서니 벌써 아침 7시 반이다. 여관 앞에서 둘이 간단히 스트레칭을 한 후 출발한다.
오늘은 이오이오님과 월포에서 해안가를 따라 화진해변을 지나 남호해변까지 약 18킬로미터를 이동해서 낮주님을 만나 점심을 같이 한 후, 세명이 남호해변에서 영덕읍까지 10킬로미터 거리를 같이 동반주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가고 나면 나 홀로 대진해변까지 20킬로미터, 총 이동거리 48킬로미터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하는 일정이다.
07:44 월포해변으로 가서 바다하늘을 배경으로 똥꾸힘 포즈 사진을 찍고 나서 달리기 시작한다.
아침에 몸이 편하다. 어제 일정을 일찍 마무리하고 휴식을 충분히 취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슬비가 내리는 것 같아 바람막이 옷을 꺼내 입고 이오이오님은 비닐을 뒤집어 쓰고 달린다.
09:05 둘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벌써 화진해변에 도착했다.
시간은 아침 9시. 약 80여 분만에 8킬로미터를 왔으니 시속 10킬로미터로 걷다 뛰다 한 셈이다. 아직 컨디션은 둘 다 말짱하다. 이른 아침 개장 전 바닷가는 한적하다.
다시 남호해변으로 출발한다. 오른쪽에 해안가를 끼고 이어지는 영덕 블루로드는 그야 말로 한적한 오솔길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잘 포장되어 있었다. 경치를 음미하며 달리기에는 그만이다.
10:34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장관에 넋을 잃고 바라 보느라 이제 대화도 서로 그리 많이 하지 않는다.
가끔 우와! 하는 탄성만을 내뱉을 뿐이었다. 정말 이건 말로 표현하기가 진심으로 어려운데 오른쪽으로 보이는 바닷가는 진정 예술사진이 따로 없다. 갯바위에 부딪혀 하이얀 거품을 물고 스러지는 하늘색 파도는 푸르런 소나무와 함께 어우러져 흰 소복을 입고 춤추는 아낙네를 연상케 한다. 사랑스런 광경이다.
11:12 남정면 원척리. 해안가 길을 한참 따라 가다 보니 해안절벽 한 곳에 안내판 하나가 덩그라니 놓여있다.
무언가 하고 가서 보았더니 ‘방학중’이란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인걸? 궁금한 마음에 정독을 하였다.
방학중은 조선후기 19세기경 경상북도 영덕읍 하저리 출신으로 해학과 풍자의 달인이었고 이 곳에서 해안가로 백 여 미터 떨어진 ‘지푸심골’에 묘소가 있다고 한다. 평양에서 대동강물을 팔아 먹은 봉이 김선달, 한양에 정수동, 경주에 정만서가 있다면 영덕에는 방학중이 있다는 자부심이 드러난다. 영덕에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왜 하필 이런 사람을 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생각에 방학중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트릭스터(trickster)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트릭스터란 영어사전에 찾아보면 사기꾼, 협잡꾼이란 뜻이다. 세계 여러 민족의 신화나 옛이야기에 장난꾸러기나 어릿광대 또는 동물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즉 체계의 경계선에서 모든 규칙, 범주, 관습, 개념을 뛰어넘는 존재를 뜻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기성 체계 전체를 뒤흔드는 인물로 볼 수도 있다.
즉, 방학중은 기득권 층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고정관념을 공격함으로써 당시 세상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데 기여한 인물이였다.
지금 우리에게 우리 사회에 방학중 같은 사람, 신선한 자극과 관념을 뒤얻는 창의가 필요한 시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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