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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 화요일, 국토일주 열 나흗날, 동해안을 따라 계속 나아가다
목표경로: 영덕터미널-영해면-대진해변(20km)-덕천해변-고래불해변-백석해변-울진군 후포해변(15km)-평해읍(6km)–월송-기성망양해변(15km) 총56km
6월 14일 화요일 첫번째
06:40 이제 다시 혼자다. 여관방에서 나와 2킬로미터쯤 조깅 반, 걷는 것 반 이동하는데 몸이 안 풀린다. 간 밤에 잠을 좀 설쳤는지 피로가 당최 가시질 않는다.
방풍자켓을 꺼내 입는다. 여름이라 해도 아직은 6월이라 아침에는 이슬이 내리는 것이 방풍자켓을 안 입으면 몸이 으슬으슬 떨릴 정도로 춥다. 동해대로 7번 국도를 지표 삼아 바로 옆에 나있는 기타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뛰다 해본다.
가끔 기타 도로가 끊겨 있어서 가끔 길 찾느라 헤매긴 하지만 차가 쌩쌩 다니는 국도보다는 훨씬 낫다. 어찌 되었든 옆에 동해대로가 있으니 가는 방향은 맞다.
문제는 고질적인 이놈의 발목 염증이다.
오른쪽 발목이 좀 괜찮다 싶더니 이젠 왼쪽 발목 아킬레스건이 발을 땅에 디딜 때마다 찌릿찌릿한 것이 아예 힘을 줄 수가 없다.
이오이오님이 주고 간 키네시오테이프를 다리전체에 발라붙였지만 뛰기에는 역부족이다. 앞꿈치를 이용해서 반동을 줄 수가 없으니 발뒤꿈치를 이용해서 착지를 하게 되고, 계속된 충격이 아킬레스건에 무리를 주면서 다시 염증이 생기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하지만 인대나 건이 끊어지지 않는 이상 계속 회복하면서 가는 거다.
어차피 멈출 수는 없는 거니까.
그저 난 하염없이 걷는다.
그래 이 놈의 나약한 아킬레스건이 야속하기만 하지만 돌이켜 보면 십 여 년 전 마라톤에 빠져 있던 그 시절 나는 부상에 늘 시달렸고 그러면서도 끈질기게 마라톤을 해 왔다. 당시 나에게 마라톤은 운동 그 이상의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중독성 있는 스테로이드 약물과도 같았다.
삶의 의욕을 급격하게 드높여 주지만 너무 자주 사용하면 중독이 되고, 중단하면 부작용이 있는 호르몬제 말이다. 하지만 나의 처절한 삶의 전쟁터에서 마라톤은 큰 의지가 되었다.
나는 출근 전에도 퇴근 후에도 무릎이 부서지건 아킬레스건이 끊어지건 헐떡거리는 숨이 정수리에서 멈출 때까지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나는 정신적 뇌사상태에서 버틸 수 있었다.
2005년 4월 17일 바람은 살짝, 날씨는 선선.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오후6시부터 7시까지. 훈련목표 도로 페이스주 10킬로미터 40분 이내. 복장 레이싱복.
매일 뛰는 코스이지만 오늘은 지난 주말 부상당한 오른 발목이 어느 정도 회복했다 생각이 되어 압박붕대를 칭칭 감고 뛰기 시작했다. 벌써 가슴이 벅차온다. 숨이 머리 끝까지 올라온다.
2킬로미터 부근에서 잠시 멈춰 섰다. 압박붕대를 너무 세게 감았나 보다. 피가 통하지 않는 느낌, 잠시 멈춰 붕대를 느슨하게 한 후 다시 출발했다.
1km 3' 48'', 2km 3' 41''
이런 그 사이 1분여가 지났다. 다시 랩 타임 끊고 달린다. 잠깐 멈췄다 달리니 못 달리겠다.
3km 4'07'', 4km 4'05'', 5km 4'08''
숨이 차다. 다리도 후들거리고, 마음은 저 멀리 뛰어가는데 잘 안 된다. 결국 또 멈춰 섰다.
아, 무릎에 통증이 강하게 온다. 압박붕대를 더 느슨하게 맨다. 내일은 못 달리겠네.
돌아서 다시 출발. 6킬로미터까지는 걷자.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다. 무릎이 완전 맛이 갔나 봐. 그래도 다시 뛰어보자. 휴식 10분 후 다시 출발.
6km 6'44'', 7km 5'48'', 8km 5'20'', 9km 5'12'', 10km 4'04''
마지막 1킬로미터 남겨두고 질주해 보았지만 역부족이다. 무릎이 아파서 막판 100여 미터 놔두고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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