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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 화요일 세번째

 

 

08:00 아침 8시가 되니 이젠 배가 고프다. 아직 유월이라 아침에는 쌀쌀하다. 바람막이에 붙어 있는 후드를 덮어쓰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왼쪽 발목을 질질 끌며 하염없이 걷는다. 이제 뛰는 건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 땡볕에 고생한 건 다 잊어버리고 또 좀 따뜻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얼마나 간사한 인간의 마음인가.

 

 

10:07 해가 힘을 내면서 이제는 덥다. 방풍자켓을 벗어 다시 조끼배낭 속에 집어 넣고 터벅터벅 한참을 걷다 보니 바로 앞에 보기에도 깔끔한 마을이 놓여있다. 집도 담벼락도 길도 단아하고 뭔가 고풍스러운 멋을 지녔다.

 

 

여기는 어디인가? 지도를 살펴 보니 신돌석 장군 유적지가 있는 동네다. 기념관이 제법 크고 안내판에 설명도 잘 되어 있었다.

 

 

 

경상북도 영덕군 축산면 도곡리 산60-5 신돌석 장군(1878~1908) 을사조약이 강제로 맺어진 후 1906년에 의병진을 조직한 신돌석 장군은 일본군 토벌에 나서서 2 8개월 동안 수많은 전투를 전개하였으니, 일본군은 장군을 태백산 호랑이라 부르며 두려워하였다.


이 곳을 알고 온 것은 아니었으나 이 또한 인연이다 생각되어 참배를 드리고 가기로 했다.

 

 

참으로 젊은 나이에 의병을 일으키고 나라를 위해 순국하였으니 참으로 이러한 분들이 있었기에 이 나라 이 땅이 지금까지 건재한 것이 아닌가.

인생은 짧고 남기고 간 업적은 영원하다.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살다 갈 것인가?

 

 

10:22 참배를 마치고 나와서 조금 걷다 보니 양쪽 발목 모두 아킬레스 건에 도저히 힘을 못 주겠다.

갑자기 이게 왠일인가. 그 동안의 누적된 피로가 마침 이 타이밍에 터진 듯싶다.

이거 참 큰일이다. 열 발자국 가서 쉬고 또 열 발자국 가서 쉬고 이래서는 시간에 지치겠다. 지도를 보니 영해면이 바로 코 앞이다.

대진해변에 가기 전에 잠시 들려서 다시 물리치료를 받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이동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길일 것이다.

11:28 거북이 걸음으로 낑낑거리며 이동하다 보니 천주교영해성당을 지나쳐 영해면 도심에 들어 섰다.

 

 

 

영해면 도심 오거리 중심에는 영해 3.18 독립만세운동기념탑이 세워져 있었다.  

 

 

영해 3.18 만세운동은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서울탑골공원에서의 독립만세운동이 전국으로 이어져, 영해 만세운동으로 점화된 사건이라고 한다.

이는 경북지역 최대의 독립운동으로 당시 현장에서 사망 8명, 부상 16명을 비롯한 196명이 재판에 회부돼 185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경북 영덕이 다른 지역에 비해 독립투사들이 유독 많은 이유는 왜일까?

 

 

11:48 벌써 정오가 가까워져 간다. 영덕터미날에서 영해면까지 18킬로미터 가량을 5시간이나 걸려 온 셈이다. 이래서는 목표 일정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다. 일단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자.

 

마침 눈에 바로 띄는 정형외과를 찾아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이 정황을 설명 듣고 부상 부위를 세심히 살피더니 IMS치료*를 추천했다.

 

*IMS(Intra Muscular Stimulation)치료: 신경근육자극 시술로 약물 없이 바늘로 근육과 신경을 자극하여 통증을 감소시키고 동작의 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허리가 아플 경우 요통을 일으키는 근육과 신경을 바늘로 찔러 자극함으로써 통증을 감소시키고 정상으로 돌아오게 한다는 이론이다. 한방의 침이 경혈점에 바늘을 삽입하여 치료하는 방법이라면 IMS는 해부학, 근육학, 신경학 등의 서양의학이론에 근거하여 근육의 통증유발점이나 신경이 근육으로 들어가는 위치, 근육이 뼈에 붙는 위치, 직접 신경이나 인대 또는 건 등에 바늘을 삽입하여 치료하는 차이가 있다.

 

, 한의와 양의의 견해가 달라 IMS치료에 대해 왈가왈부 대립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환자 입장에서 부작용이 없을뿐더러 효과가 아주 신속하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아무튼 워낙 발목 통증에 시달린지라 절실하기도 하고 직접 치료받는 건 처음이라 궁금하기도 해서 알겠다고 했다. 다만 치료가 아프냐고 물어 봤을 때 의사선생님의 답변이 확실하지 않아서 그게 좀 불안하긴 했지만.

 

뭉뚝해 보이는 바늘이 종아리에 들어간다.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아플 줄이야. 이를 꽉 깨물고 고통을 참아 낸다. 다리 근육이 경직이 되면서 마치 쥐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대리석화된 다리가 망치에 두드려 맞아서 산산조각 나는 공상이 그려진다. 떨쳐 버리자. 

참고 또 참는다. 이렇게라도 해서 통증이 완화된다면야.

 

죽을 것처럼 아프던 IMS 시술을 마치고 온찜질을 하니 따뜻한 것이 근육이 다 풀리는 것 같다.

 

 

물리치료를 모두 마치고 통증과 염증증상의 완화를 위한 소염진통제와 항생제를 처방 받아 병원문을 나섰다.

 

 

오호,그런데 이게 왠일이냐. 발목이 가뿐하다.

치료 받은 것이 정말 효과가 있는 건가 아니면 순간적인 기분 탓인가 뭐든 상관없다. 잠시라도 통증 없이 걷고 뛸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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