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6월 15일 수요일. 국토일주 열 닷새 날, 타이어킹님과의 만남, 강원도 입성을 목표로 달리다
목표경로: 경북 울진 평해터미날–기성망양해변(15km)-망양정해변-울진터미날(20km)-죽변항(10km)-북면 부구터미날(10km)-강원도 삼척시 원덕읍(10km) 총 65km
6월 15일 수요일 첫번째
07:46 푹 잤다. 햇빛을 걱정하며 나왔는데 날씨가 환상이다. 일기예보를 보니 전국에 소나기인데 이 지역은 날만 흐릴뿐 비한방울 없다. 해도 없이 날도 선선하고 바람도 살짝 부는 것이 달리기에는 최고의 조건이다.
발목을 돌려보니 오늘 뛸 만하다. 슬슬 걸어 보는데 발목 통증이 그리 심하지 않는 것이 오늘은 목표 거리를 좀 달성할 수 있으려나. 속이 가벼워서 화장실도 안 들리고 그냥 나왔다. 어제 자기 전 간식을 사놓는 걸 깜박 잊는 바람에 아직 먹은 것이 없어 그렇다.
여관 앞에 음식점 한 곳이 문을 열었는데 들어가서 먹고 출발할까 하다가 그냥 지나쳤다.
07:58 밤 사이 핸드폰 문자가 많이 와 있다. 그 중 하나 타이어킹님이 보낸 문자다.
점심 때 어디쯤 도착?
오늘 경로를 살펴 봤더니 기성망양해변은 약 15킬로미터, 망양정해변까지는 30킬로미터 거리다. 애매하다. 전화를 해서 늦어질 것을 감안, 보수적으로 대답했다.
기성망양해변에 대략 오전 11시 정도 도착할 것 같아요. 왜요 형님?
점심 같이 먹자.
이런 정말 그것 때문에 오는 건 아니죠?
울진에 거래처가 있는데 겸사 해서 약속 잡고 오는 거니 부담 가질 필요 없다고 쐐기를 박는다.
타이어킹님은 닉네임에서 알 수 있듯이 타이어 유통업을 하고 있는 형님으로 마라톤동호회에서 나름 터줏대감이다.
어찌되었든 오늘은 타이어킹님 보는 낙으로 반나절을 달릴 수 있겠다.
08:02 살살 걷다 보니 저 앞 공사장 근처에 공터가 하나 보인다.
잘 됐다. 몸 좀 풀어 보자.
국토일주를 하면서 발목 인대와 건 등에 부상이 많은데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달리기 전후 스트레칭을 안해서인가 싶다. 아침에 일어나면 시간에 쫓겨 바로 달리고 밤에는 지쳐 그대로 쓰러지기 바빴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스트레칭을 한 날보다 안 한 날이 더 많았었다.
그래 스트레칭을 해야 해.
조끼배낭을 풀러 옆 수풀 위에 얹혀놓고 몸을 좀 정성스럽게 풀어 본다. 발목을 오른쪽 왼쪽으로 돌려 인대와 아킬레스건을 충분히 풀어 주고 무릎을 돌려보고 다리를 벌려 한 쪽 무릎을 굽혀 대퇴근과 종아리를 차례대로 푼 후 허리와 어깨 목 순서로 차근차근 근육을 이완시켜 본다.
한참 집중해서 몸을 풀고 있는데 뒤에서 불쑥 사람 한 명이 나타나 배낭에 붙어 있는 부착물을 물끄러미 보고는 그냥 지나쳐 컨테이너 사무실로 들어 간다.
여기 경상도 사람들은 전라도 사람과는 좀 다르다. 전라도 사람들은 국토일주한다는 걸 아는 순간 놀랍다며 대단하다고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말해주며 이것 저것 뭐 필요한 게 있느냐 몸 상태는 어떠냐 물어 보는데 경상도 사람들은 말이 없다. 관심이 있는 걸 알려지기라도 하면 큰 일 나는 듯이 보고도 못 본척하고 알아도 모른 척 하는 것 같다.
08:16 스트레칭을 끝내고 이제 뛰어야지 하는데 방금 전 컨테이너에 들어 갔던 경상도아저씨가 언제 다시 왔는지 내 앞으로 불쑥 다가서서 꽝꽝얼린 생수와 음료수를 준다. 말도 안한다. 그냥 내민다. 그야말로 전라도와는 완전 다른 스타일이다. 거절도 못하고 받았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두 번을 크게 감사 표시를 했다. 경상도 아저씨는 별거 아니란 듯이 손 한번 휙 젓더니 다시 컨테이너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나 역시 꽝꽝 얼은 생수와 음료수를 양 손에 들고 내 갈 길로 간다. 한 손에는 음료수, 다른 한 손에는 생수를 들고 말이다.
얼어서 마실 수도 없고, 어디에 넣을 수도 없고, 양 손에 하나씩 잡고 뛰는데 손바닥이 얼얼해서 이렇게는 못 들고 뛰겠다. 얼른 녹아야지 마시기라도 할텐데.
'국토를달리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1. [15일차③ 경북울진군매화면] 다시 거꾸로 간다. 빽도다 (1) | 2017.05.23 |
---|---|
100. [15일차② 경북울진군기성면] 배가 고플까 봐 미리 먹어두는 것이 생존전략 (4) | 2017.05.22 |
98. [14일차⑥ 경북울진군평해읍] 아니 그런데 이런 경우가 다 있나 (0) | 2017.05.17 |
97. [14일차⑤ 경북울진군후포면] 여기서부터는 경상북도 울진군입니다 (0) | 2017.05.15 |
96. [14일차④ 경북영덕군병곡면] 고래불해변 도착, 여기도 순수청정지역이다 (2) | 2017.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