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6 16일 목요일. 국토일주 열 엿샛날,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강원도 삼척까지

 

목표경로: 죽변항-북면 부구터미날(10km)-강원 삼척시 원덕읍(10km)-임원시외버스터미날(8km)-맹방해변(25km)-강원 삼척시청(10km) 63km

 

 

6월 16일 목요일 첫번째

 

 

2005 10 16 9:00 지역 마라톤 동호회에서 진행한 소규모 하프마라톤대회.

 

집과 가까운 도림천에서 주말을 이용해 연습 겸 출전을 했다. 목표 1시간25분 이내, 신발은 초경량 레이싱화.

 

부상을 어느 정도 회복한 후 계속되는 장거리주 연습을 마치고 나니 몸 상태가 올라왔다. 이번 대회는 그 동안의 훈련을 중간 점검하는 차원에서 나에게 중요한 날이다. 이 대회가 오르막이 많아 기록을 내기에는 쉽지 않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건 출발하자마자 얼마 안 가서 초반에 있는 300미터 정도의 긴 오르막길이 나의 단점인 초반 오버페이스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총소리가 나고 초반 오르막길까지 선두 열 명 정도 되는 무리에 속해서 달리고 있는데 오르막 이후 내리막길에서 무리를 이탈해서 빠르게 뛰어 나가는 젊은 주자가 있다. 나 또한 승부욕이 발동하여 좀 무리인가 싶었지만 그 뒤를 쫓아 속도를 내다 보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홀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아무래도 오버를 한 듯 하다. 내 숨소리가 크게 들린다. 선두와 거리를 좁히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오히려 거리는 조금씩 더 벌어지고 있다.

결국 오버페이스로 거칠어진 숨을 고르는 사이에 3위 주자가 어느새 뒤에 붙었다. 숨소리가 거칠게 들려서 금방 떨어져 나갈 줄 알았는데 끈질기게 뒤에 따라붙는다. 속도를 조금 올려보지만 선두는 어느새 보이지 않고 뒤편 주자의 숨소리는 들렸다 안 들렸다 하면서 신경을 건드린다.

추월을 당할 듯 당할 듯 하면서 달리다가 반환점은 우선 내가 먼저 돌았다. 고개를 돌려 얼핏 봤더니 나이가 좀 있어 보였다. 호흡소리가 유난히 거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많은 훈련을 통해 높은 젖산 역치를 견디는 구나 싶다.

어느새 뒤에서 밀어주던 바람은 다시 맞바람으로 변해 버렸다. 전략이 필요했다. 살짝 옆으로 붙어서 달리다가 등뒤로 숨었다. 15킬로미터 표지판을 지나며 앞 주자가 인터벌을 하며 속도를 낸다. 한 두 번 하다가 말겠거니 했는데 몇 백 미터를 꾸준히 치고 나간다.

 

끝까지 붙어 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오히려 내 숨소리가 거칠어 지더니 호흡이 가빠왔다. 역시 초반 오버페이스가 악영향을 주었다.

제길, 회복이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면서 아예 페이스를 놓쳐 버렸다. 이제 3위조차 위태로울 지경이다. 하지만 뒤를 돌아다 보니 4위 주자가 멀리서 따라 오고 있다. 50미터는 족히 차이가 나 보였다. 결승점까지 남은 거리는 이제 약 1킬로미터 남짓. 이 속도만 유지하면 무조건 3위는 할 수 있다. 어느새 숨이 회복이 되어 시원하게 스퍼트를 하면서 골인지점을 통과했다.

기록 1시간2432. 페이스 4’01”/km

 

 

06:05 눈을 뜨니 아침 6, 또 늦잠을 잤다. 꿈에서 하프 마라톤대회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젠장 꿈에서도 달리다니.

몸을 일으키는데 역시나 체력은 완전 방전된 상태다. 하기야 더 이상 방전될 체력도 없고 이런 상태가 익숙하다. 여관 방 안에서 살살 걸어 보니 족저근막과 아킬레스건은 오히려 괜찮다.

오호라, 소염제 효과가 한몫하는가? 그래, 오늘 한번 제대로 달려 보자.


07:18 짐을 꾸려 여관 문을 나섰다. 죽변항 아침이 어제 해질 무렵 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런 곳에서 사는 것 또한 운치 있겠구나.

 

 

십 여 분간 안개서린 죽변항 아침을 감상하다가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항구를 떠나 달린다.

발목 느낌은 좋다. 약발이 제대로 받은 듯 하다.

오늘 점심에는 서울에 사는 고등학교 친구 선아가 백업해주러 오기로 했다. 국토일주를 한다고 했을 때 4개의 구간으로 끊고 가라고 조언을 해줬던, 사내녀석들을 산으로 끌고 다니는 산악회 대장이자 여장부다. 학교 다닐 때는 얼굴만 아는 정도였는데 졸업하고 등산모임을 같이하면서 친하게 되었다.

이 친구가 임원터미날로 온다했으니 여기서부터 약 30킬로미터를 달려 가야 한다.


08:50 10킬로미터쯤 달렸나? 북면 부구에 도착해서 아침식사를 한다.

문자다. 친구가 오전 11시에 임원터미날에 도착한다고 연락이 왔다. 마음이 급해서 음식이 목구멍에 걸린다. 소고기국밥을 시켰는데 국에는 손도 못대고 밥에 물말아 먹었다. 대강 먹고 짐챙겨 다시 달린다.

 

09:30 벌써 목덜미가 따갑다. 그래도 달려간다. 아니 벌써부터 햇빛이 나면 안돼. 

 

 

 

정신없이 오르막을 달려 올라가는데 도로 갓길에 피가 흥건한 시체가 언뜻 눈에 띈다. 깜짝 놀라 옆으로 피하며 보았더니 고라니같다. 크기가 사람만 하다.

새벽에 차에 치인 것인가?

도로를 무단으로 횡단한다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위험한 짓이다. 나도 고라니나 노루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라고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하다. 애써 잊으며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막을 오르는데 이번에는 귀가 간지럽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하나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