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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수요일 네번째

 

15:19 해안도로 갓길을 달리다가 문득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달려 본다. 혹시 내가 착지자세에 문제가 있어서 족저근이나 아킬레스건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가 싶어서다.

, 효과가 있는 것도 같다. 하지만 역시 맨발로 훈련한 적이 없다 보니 발바닥에 작은 돌멩이가 밟히는 아픔을 참을 수가 없다. 그래도 고통을 참으며 몇 백 미터 뛰어가고 있는데 라이더들이 옆을 지나가며 소리친다.

힘내세요!

억양이 이상해서 고개를 들어 보니 외국인 두 명이 뒤를 돌아 보며 손을 흔들며 힘내라고 외친다.

젠장,내가 영어하는 것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는 것 같네.

1킬로미터쯤 갔을까 아까 지나갔던 외국인들이 다시 돌아 오더니 나보고 문제 있냐고 물어 본다. 아마도 내가 맨발로 뛰어가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나는 지금 국토일주 중으로 오늘로써 15일 동안 거의 600여 킬로미터를 달리고 있고 지금은 맨발로 땅을 밟는 것이 좋아서 이렇게 가고 있는 거라 했더니 원더풀을 연신 소리치며 대단하다고 한다. 이 정도야 뭐 한국인들한테는 별것도 아니지.

기념으로 사진 한 방 찍고 나서 해브어나이스데이 인조이유어타임 외치며 헤어졌다.

 

 


15:49 망양정해변까지 가는 해안가길이 아름답고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흥에 겨워 셀카놀이를 하며 해안가 길에 있는 바위와 바위 사이를 팔짝팔짝 뛰다가 발목을 살짝 접질렀다.

 

 

 

에그 방정맞게 행동하면 꼭 뭔가를 실수한다는 사실을 잠시 깜박했다.

국토일주는 오늘을 빼고도 아직 4일이나 남아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도 오늘따라 괜스레 신이 난다. 발목도 이게 나아진 건지 이제 통증이 만성이 되어 무감각해진 건지 사뿐 사뿐 땅을 디딜 수 있다.

길에 사람도 한 명 없고 차도 이따금씩 지나가니 마치 이 세상에 나 혼자 뿐인 듯 착각에 빠져든다. , 좋다. 달리는 내내 괴롭혔던 해도 구름 뒤로 숨어버리고 살랑거리며 다가오는 바닷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힌다.

 

16:27 망양정해변가를 지나서 왕피천대교를 향해 달려 간다. 이제 대교를 건너 가면 울진도심이다. 오늘 최종 목적지인 삼척시 원덕읍까지는 아직 30여 킬로미터가 남았지만 마음은 그다지 조급하지는 않다. 가면 가는 것이고 가다가 또 못 가면 어떠하리,다리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가면 되는 것임을. 아까 접질렀을 때 끊어질 것 같던 발목 통증도 이것이 아픈 건지 뻐근한 건지 알 수가 없다.

 

여기 해파랑길은 길 양쪽에 잎과 가지가 무성한 나무들이 도열해 있고, 바닥을 진한 갈색 방부목 데크로 해놓아서 마치 숲길을 연상케 한다.

 

 

 

오늘은 왠지 계속 기분이 좋다. 괜히 또 점프를 해보고 싶어진다. 핸드폰을 고정해서 타이머를 맞춰 놓고 점프하는 장면을 셀카로 찍고는 다시 달린다.

 

 

대교를 건너기 직전에 해파랑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눈에 띈다. 여기는 해파랑길 25-26인 듯 하다. 동해안은 해파랑길이 잘 되어 있어서 도보로 이동하기에 아주 좋다. 백점 만점에 백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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