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국토 서쪽을 달리다>
6월 1일 수요일. 국토일주 하룻날, 서울 출발, 평택시 안중읍까지
목표경로: 서울 신길동–경기도 군포시청(20km)–화성시 봉담읍(20km)–평택시 안중읍(30km) 총 70km
2016년 5월 31일 23:50 가다가 힘들면 그냥 집으로 돌아와요. 무리하지 말고.
6월 1일이 되기 10여 분 전, 아내는 담담하게 말을 건넸고 나는 현관문 앞에 주저 앉아 러닝화 끈을 조이면서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아빠 잘 다녀오세요
아들 둘은 내가 국토일주를 한다는 것이 와 닿지 않는지 졸린 눈을 비비며 고개를 꾸벅거린다.
응, 잘 다녀올게 라고 말하고 괜스레 꿀밤 한 대씩 쥐어박고는 집으로 나섰다. 신풍역까지는 뛰어서 5분 거리다.
23:55 신풍역에 도착하니 풀그림님이 혼자 기다리고 있다. 아리아리님은요, 물어 보는데 바로 핸드폰이 울렸다. 지금 거의 도착 직전이니까 조금만 기다리라는 아리아리님의 전화다.
아뿔싸, 집에 야광조끼를 놓고 왔다. 풀그림님이 야광조끼 없는 야간주는 자살행위라면서 본인 것을 준다.
00:00 7호선 신풍역에서 세 명이 출발했다. 2016년 5월에서 6월로 넘어가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조금은 긴장된 상태에서 조금은 들뜬 기분으로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로의 일상과 마라톤 이야기를 나누며 말이다.
몸은 가뿐했다.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국토일주를 시작한다는 생각에 온 몸에 엔도르핀이 마구 마구 샘솟았다. 가슴이 뜨거워 지고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났다. 기분으로는 이대로 하루 안에 백 킬로미터도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00:30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을 지나 시흥인터체인지를 건너 1호선 전철라인을 옆에 나란히 두고 걷다 뛰다 하며 최대한 천천히 이동했다. 초반은 도심을 통과하는 구간이므로 도로 옆 가로등이 밝히는 인도를 따라 쭉 이동하면 되었다. 아직 길 찾을 일도 없고 어둠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당연히 헤드랜턴도 야광밴드도 야광조끼도 필요하지 않다.
도시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형색색의 불빛이 가로등불과 함께 길을 밝혔다. 아직 잠들지 않고있는 건물들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심어져 있는 가로등이 허여멀건한 달빛과 함께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모두가 잠들 시간임에도 서울 도심에는 여전히 사람도 많고 차도 많다. 이 거리를 영상으로 찍어서 몇 시쯤 될 것 같으냐고 물어본다면 맞추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두운 골목에서 먹은 것을 확인하고자 가로수를 부여잡은 사람도 보이고, 사랑을 확인하고자 서로의 허리를 부여잡은 연인들도 보인다. 가끔 운동복 차림으로 지나가는 아저씨도 있고, 백팩을 메고 지친 모습으로 지나가는 학생도 있다. 그 학생은 지금 이 시간까지 공부하다 가는 걸까, 놀다가 귀가하는 걸까, 아니 어쩌면 아르바이트하고 집에 가는 중일까? 그 옆을 모녀 지간처럼 보이는 두 여성이 스쳐 지나간다. 오십 대와 이십 대 정도로 보이는데 대화 꽃이 활짝 피였다. 이 시간에 여기를 걸어가며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생활을 하고 미래를 꿈꾸며 살고 있었다.
'국토를달리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 [1일차③ 경기화성봉담읍] 봉담읍 도심에 안착하다 (2) | 2017.03.30 |
---|---|
17. [1일차② 경기도군포] 이제 군포를 지나 안산, 화성시를 통과하다 (0) | 2017.03.30 |
15. [D-day 1] 불우아동 후원금 모집계좌 개설 (0) | 2017.03.29 |
14. [D-day 2] 국토일주 세부경로 확정 (0) | 2017.03.29 |
13. [D-day 3] 수십 번의 수정을 반복하다 (2) | 2017.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