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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요! 멈추지 말아요!

 

15:03 알겠다고 대답하려는 순간 눈이 떠졌다.

 

6월 3일 금요일, 다섯 번째 이야기

 

꿈이다. 어느 정도 잤을까? 입구에 사람 목소리가 시끄러운 것이 이제야 손님들이 들어 오나 보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다. 어휴, 2시간을 넘게 잠을 잤다. 유구에서 5시간을 넘게 보낸 셈이다. 목이 마르다. 정수기로 걸어가려는데 다리가 저려서 한참을 주무르다가 일어났다.

대체 꿈에서도 달리다니. 어느 대회장이었을까? 포기하려 할 때 멈추지 말라고 소리지르던 그 아이는 누구였을까?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떨쳐 버려 본다.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며칠 째 달리기만 해서 그런지 잠만 들면 달리는 꿈이다.

 

아직 해는 떨어지지 않았지만 마음이 급해진다. 이제 슬슬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배낭을 꾸린 다음 다리에 키네시오 테이프를 붙일까 하다가 그 대신 아까 산 화상약과 썬크림을 덕지덕지 발랐다.

타이즈를 챙겨 왔다면 화상 걱정은 안하는 건데 뒤늦은 후회를 해 봤자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인가. 두어 시간 땡볕주를 할 각오를 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뒤 목욕탕을 나섰다. 철저하게 그늘을 찾아서 이동하리라

 

 

17:16 어느덧 오후 5시가 넘어가고 있다.

해를 피하고자 오후 늦게 출발했건만 그래도 2시간 넘게 햇볕과의 사투를 계속 하고 있다.

신풍면을 통과하니 이제 유구천은 멀어지고 대룡천 길을 따라 이동한다. 그늘에서는 걸으면서 힘을 보충하고 그늘과 그늘 사이 햇빛에서는 잽싼 걸음으로 이동하는 전략을 취했다.

대룡천을 벗어나니 이제 산길이다.


 



17:34 오르막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터널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어제 아산만 방조제터널의 기억이 떠올랐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더니.

검색해 보니 솔티터널인 것 같고 길이가 400미터 정도된다고 나온다. 400미터면 트랙 한 바퀴이긴 한데. 지도를 살펴 보니 우회 도로가 있긴 하는데 돌아도 너무 돈다. 청남 초중학교까지 15킬로미터 남았는데 어느 새 해가 서산 중턱에 가려지고 있었다. 두어 시간 있으면 완전 깜깜해질 것이다. 안되겠다. 최대한 빠르게 통과한다.

조끼배낭을 단단히 부여 매고 터널 안으로 뛰어 들어 갔다. 거의 무호흡으로 전력질주를 하는데 다행이도 중간에 대형트럭이나 버스가 지나가지 않는다.

2분 여 달렸을까, 저기 멀리 빛이 보인다. 터널의 끝이다. 터널을 통과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회했으면 삼십 분은 더 소모했으리라.


 

 

17:56 이제 치성천을 따라 이동한다. 더 이상 뛸 수도 빨리 걸을 수도 없다.

오른쪽 새끼 발가락 물집은 이제 만성이 되어 참을만 한데, 이제는 왼쪽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긴 건지 대체 왼발을 딛을 수가 없다.

왼쪽 다리를 거의 끌다시피 걸어가는데 가끔 마주치는 할머니들이 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고맙고 반가운 마음과는 다르게 표정은 발목 통증으로 일그러진 채 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여 감사표시를 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간다.

배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계속 난다. 시간은 어느새 저녁 6시가 지나가고 있다.

 

 


19:21 절뚝거리며 가다 보니 하천길 위쪽을 가로지르는 큰 도로가 하나 있다.

지도를 보니 청양우성간도로인데 2016년 완공 예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올라가 봤더니 완공이 안되었는지 아직 차가 다니지 않는 완전 새 길이다. 지도를 보니 이 길로 가면 목표지점까지 직선코스로 갈 수 있다. 산 위쪽으로 나있는 것이 약간 의심쩍었지만 차 한 대 안 지나다니는 고속도로를 언제 이렇게 걸어가 볼 수 있겠나 싶어 약 2킬로미터 정도를 걸어갔다.

그런데 어 이런, 도로가 산 위에서 끊겼다.

 

 

제길, 지도에는 뚫린 걸로 나와 있는데 내 이럴 줄 알았다. 돌아가려니 이제까지 온 길이 너무 길고 내려가자니 길이 없다. 수풀을 헤치면서 내려가야 한다. 어쩔 수 없다.

 

 

내려오는데 발목 주위가 따끔 따끔거린다. 가시나무가 있는 것 같다. 다 내려와서 보니 언뜻봐도 할퀸 자국이 선명하다.

아까 수풀을 헤치며 급히 내려올 때 가시나무 사이를 뚫고 온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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