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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바닥에 지도를 펼쳐놓고 경로를 잡아 보았다.

집에서 출발해서 목포까지, 목포에서 부산까지, 부산에서 속초까지, 그리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코스를 그려보니 어림잡아 약 1300킬로미터가 되었다. 한 달 30일로 나누면 하루에 43킬로미터, 거의 풀코스 거리다. 한달동안 매일 마라톤 풀코스를 뛴다고 생각하면 되었다.

 

 

 

이 정도야 못 뛸까. 아무리 내가 요 몇 년간 달리기를 안 했다고 하더라도 마라톤 경력만 벌써 10여 년이 넘는데 걸어서라도 충분히 완주할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달리는 거리에 나만 만족해 할 것이 아니라 무언가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작년에 출간한 책 <다시 일어서는 용기> 인세를 불우아동 후원금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그 금액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이 마음에 계속 걸리던 참이었다.

고심 끝에 킬로미터당 1000원의 후원금을 불우아동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1300킬로미터를 달리게 되면 130만원의 후원금을 추가로 내게 되는 것이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내가 내딛는 발걸음 하나 하나에 나만의 만족에 더하여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사명감 비슷한 것도 생기게 되었다.

 

 


 

내가 속한 마라톤 동호회에도 알렸다. 달려서 국토일주를 하겠노라고. 그 동호회는 네이버에 있는 온라인 마라톤카페였다. 그런데 동호회에서 생각지 못한 제안을 해 왔다. 마라톤 카페회원들이 같이 동참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회원들이 국토일주의 일부 구간 동반주도 하고, 불우아동 후원금 조성도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그 마라톤 카페는 현재 7천여 명의 회원이 있는 전국적인 온라인 마라톤 모임이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1년에 한 번 있는 자체행사를 6 19일 오전 10시에 여의도에서 진행하니 그 날짜에 맞춰 돌아 오는 것도 검토해 달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한 달 전체를 달리고 바로 업무에 복귀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는데 조금 일찍 국토일주를 마무리 짓고 업무 준비하는 것이 심적으로 괜찮을 거라 판단되었다. 특히 마라톤 카페회원들이 모두 모여 있는 날, 그 장소를 국토일주 마지막 종착지로 한다는 것 역시 큰 의미가 있을거라 생각되었다.

 

아무튼 모든 것에 의미가 있었고 또 의미가 부여 되었다. 이제 계속되는 고민거리는 하루에 이동해야 하는 거리였다.

아뿔사, 계산을 해보니 변경된 계획대로 달리기 위해서는 하루에 70킬로미터를 달려야 했다. 달려야 하는 거리는 총 1300킬로미터, 하루에 70킬로미터씩 19일동안 달린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난 이 계획이 불가능한 것인지 가능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난 하루 종일 그리고 매일 지쳐 쓰러질 때까지 달리겠다는 것 그것이 나의 생각이었으니까 말이다


이런 두리뭉실한 계획을 SNS에 그리고 마라톤 카페에 공유했다. 마라톤 초보부터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피드백이 돌아왔고 하나같이 공통된 내용이었다. 하루에 70킬로미터씩 매일 19일동안 달리는 것은 한 마디로 불가능하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한국울트라마라톤연맹에 속한 몇 분들이 보름 동안 전국을 달려서 완주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철인이었겠지만그렇다면 나도 못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몇 년 간 달리기를 안 했다 손 치더라도 나의 경험과 체력과 정신력을 믿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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