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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 화요일, 다섯 번째
십 여 분 기다리고 있는데 진동이 온다. 도착했는데 어디냐는 이공이공님 전화다. 건물을 묘사하고 있는 자리를 설명하니 서로 다른 말을 한다.
이런, 장성읍에 장성인터체인지가 두 군데였구나. 금방 다시 돌아 오겠노라고 한다. 괜스레 미안하다.
12:32 조금 앉아 있다 보니 인터체인지 맞은 편 길 건너 손 흔드는 사람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냅다 건너가 앞 좌석에 탔다. 처음 보는 나를 만나려고 출근도 마다하고 고속도로를 빙빙 돌아 여기까지 와 준 카페회원님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표할 수 있을까?
찰라 뒤에서 안녕하세요, 하는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뒤돌아 보니 여성 분 두 명이 있다. 이공이공님 아내와 친구분인데 국토일주하는 사람 만난다고 하니 신기하다고 같이 왔단다.
이건 뭐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이거 참, 여하튼 이것 저것 궁금한 거 물어보고 잘 대해 준다.
12:49 장성읍 시내로 들어가서 식당 문 연 데를 찾아 좀 돌아다니다가 자장면 집에 들어가서 탕수육과 짬뽕을 시켜 먹었다. 양이 엄청나다.
이공이공님과 서로 호구조사를 하니 갑장이다. 마라톤이라는 주제로 인해 몇 분만에 몇 년은 만난 사이가 되었다. 국토일주 아니었으면 이런 인연을 어떻게 만들었으랴.
엄청 먹었음에도 탕수육이 남았다. 이 귀한 음식을 남기다니! 버릴 수는 없지, 주인아저씨한테 이야기해서 싸달라고 했다. 배낭에 냄새가 배긴 하겠지만 혹시 또 모른다. 버릴 때 버리더라도 일단 싸간다.
출근해야 하는 이공이공님과 자장면 집 앞에서 찍은 사진 한 장과 아쉬움을 뒤로 남기고 큰 대회에서 만나자는 기약을 하며 헤어졌다.
13:45 이공이공님을 보내고 사우나탕을 찾아 걸어가는데 갑자기 오른쪽 발목이 부러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 온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면서 고창에서 병원에 들릴까 하다가 달릴 시간이 부족해 안 들렸는데 이제 도저히 안되겠다.
침을 맞으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한의원을 찾아 두리번거렸더니 바로 저 길 건너편에 중앙한의원이라고 간판이 딱 붙어 있다.
아니 이 다리를 하고 지금 일주일 동안 서울에서 여기까지 달려 왔다구요?
침을 놓던 한의사 선생님이 배낭과 옷에 붙어 있는 부착물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발과 다리에 침을 촘촘하게 꽂아놓고는 오른쪽 발목에 죽은 피가 가득 고였다며 피를 뽑는데 정말 시커먼 피가 한 사발 나왔다.
저 많은 피가 발목에 고인 채로 그 동안 달렸단 말이야?
인대와 건이 모두 부어있으니 절대 무리하지 말라는 한의사선생님 말에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를 안 할 수 있어야 말이다.
한의사선생님은 정성껏 침을 놓으시고는 좋은 일하는데 진료비를 받을 수가 없다면서 그냥 가라고 하고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나에게 화이팅을 외치신다.
고마운 마음에 한의원 문을 나서서 배경으로 한 장 찍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방금 검은 피를 본 이후로는 겁이 나는지 달릴 수가 없다. 굉장히 조심스러워 진다. 혹시 뼈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겠지? 우선 사우나를 찾아 들어가서 좀 쉬자.
16:40 사우나탕에 들어가서 매번 그랬듯이 냉찜질을 실컷 하고 나왔건만 컨디션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의원에서 한 시간, 사우나에서 두 시간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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