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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주-서쪽을 달리다>를 마치고 나니, 숨이 찹니다. 서울 경기 충북 충남 전북 전남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서쪽 길은 논과 밭, 강둑, 산길의 반복이었지요.
원래는 ㅁ 자로 한반도 남쪽을 한 바퀴 달릴 계획이었으나 5일차에 서쪽종주, 동쪽종주로 변경했습니다. 제 자신을 너무 과신했고, 예상보다 주로가 안 좋았던 이유였습니다. 직전 1년 동안 달린 거리가 고작 몇 십킬로미터에 불과한데 국토일주 첫 날에 70킬로미터를 이동해버렸으니 부상을 안 입는 게 이상한 거지요.
이제 동쪽을 달렸던 이야기를 쓸 차례입니다. 서쪽은 혼자서 고분분투하는 이야기였다면 동쪽은 마라톤 동료들이 합류해서 해안선을 따라 동반주하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저도 기대가 되네요.
그 전에 잠깐 쉬어가는 페이지로 히말라야 야명조(夜鳴鳥) 이야기를 하나 드리려 합니다. 제 버킷리스트 중에 히말라야 달리기가 있는데요. 그 곳에서 만나 보고 싶은 새가 야명조입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몇 년 전에 개봉한 산악영화 히말라야 기억나시나요?
엄홍길대장 역할을 맡은 황정민 주연의 영화 히말라야의 배경은 온통 하얗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히말라야는 무엇인가 신비한 기운이 있는 성스러운 땅이자 영감이 충만한 신과 자연의 고향이라고 합니다. 낮은 구릉지대부터 세계의 지붕이라 일컫는 8000M급 14좌 산꼭대기에 이르기까지 지대 별로 다양한 동물과 식물이 분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히말라야에서 밤이 되면 유독 특이한 새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바로 야명조의 울음소리입니다. 야명조란 이름은 ‘밤에 우는 새’라는 뜻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밤에 우는 새가 있지요. 소쩍새도 있고 부엉이도 있고 뻐꾸기도 있습니다. 밤을 새워 소쩍- 소쩍- 부엉- 부엉- 뻐- 꾹- 뻐- 꾹- 웁니다. 우리나라에서 밤에 우는 새는 ‘님이 그리워 우는 새’라고 하지요.
하지만 야명조의 울음소리는 히말라야 사람들 귀에 완전히 다른 의미로 들린다고 하네요. 바로 ‘내일은 꼭 집을 지을 거야. 내일은 꼭 집을 지을 거야. 내일은 정말 꼭 집을 지을 거야……’라는 겁니다.
히말라야는 산간 지방이기 때문에 산기슭의 낮과 밤은 정반대의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낮에는 해가 따뜻하게 비치고,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수많은 종류의 벌레들이 살고,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맑고 아름다운 냇물과 그 속에 뛰노는 물고기 등이 마치 봄 풍경을 그린 한 폭의 수채화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밤이 되면 이 분위기가 싹 바뀝니다. 해가 지고 나면 어둠이 짚게 깔리고 히말라야 산정에서 불어 내려오는 차디 찬 바람이 온 세상을 얼어붙게 만들어 한 여름에도 불을 때지 않으면 그야말로 얼어 죽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히말라야 야명조는 한낮에 신나게 놀다가도 밤이 되면 너무 춥고 괴로워서 ‘내일 아침 날만 새면 꼭 집을 지어야지’ 하면서 밤새도록 다짐하면서 울다가, 동편으로 따뜻한 해가 떠올라 날개죽지를 살며시 녹여주면 그만 어제 밤 다짐은 다 잊어버리고 낮에 아름다운 히말라야 산 속을 이리저리 신나게 돌아다니는 거죠.
그리고는 또 밤이 오면 ‘아, 오늘도 집 짓는 것을 깜박 잊어 먹었구나!’ 탄식하며 밤새도록 오돌오돌 떨면서 ‘내일은 정말 꼭 집을 지어야지, 내일은 정말 꼭 집을 짓고 말거야……’하며 다짐을 한답니다.
하지만 그러한 다짐도 한 순간, 다음 날 해가 떠오르면 야명조는 어젯밤 결심이 그만 흐물흐물해져 ‘내일 짓지 뭐 일단 오늘은 놀고 보자’하고 신나게 푸른 숲으로 날아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또 ‘내일은 정말, 정말, 정말, 집을 지을 거야’ 밤새도록 결심하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반복하다가 결국 강추위가 오고야 말고 야명조는 마침내 얼어서 죽게 되지요. 오늘 밤에도 야명조는 내일 꼭 집을 지어야지 하고 오돌오돌 떨고 있을 것입니다.
혹시 우리들도 야명조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인생사는 생노병사로 마감을 짓습니다. 태어나서 나이를 먹어가고 아프다가 사망에 이르는 순서는 어느 누구도 피해가거나 빠뜨리고 갈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이지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못하고 있는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한 보험 가입이나 나의 미래를 위한 저축일 수도 있고, 금연이나 다이어트가 될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야명조의 집은 우리들의 버킷리스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 버킷리스트를 공개하면
마라톤 완주하기, 우리나라 전국일주, 달팽이 요리 먹기, 경마하기, 놀이기구에서 키스하기, 퀴즈대회 나가기, 마술 배우기, 카누 타기, 암벽 타기, 번지점프하기, 별보며 잠들기, 윈드서핑 배우기, 수상 비행기 타보기, 춤 배우기, 열기구 타보기, 돌고래와 수영하기, 낙하산 타기, 책 100권 쓰기, 세계일주하기......
언젠가는 하리라 생각을 하지만 우리는 현재를 살기에 바빠서 여러 이유로 미루기에 바쁩니다. 내일은 꼭 금연을 해야지, 내년에는 꼭 다이어트를 해야지, 언젠가는 꼭 무엇 무엇을 해야지. 그러다가 시기를 놓치고 결국 생노병사란 자연의 이치에 맞닥뜨리고는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바로 실행해야겠습니다.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시작하겠습니다. 더 이상 히말라야의 야명조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면 안되겠습니다.
저는 야명조 이야기를 전해 듣고 국토일주를 실행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히말라야에 가서 야명조를 찾아 이렇게 이야기하려 합니다. 야명조야 네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서 살 수 있는 교훈을 얻고 있단다. 나에게 소중한 것을 지금 바로 하는 용기, 그것이 진정한 용기임을 야명조 너를 통해서 알게 되었구나.
<국토를 달리다> 글은 아직 동쪽편이 남아 있습니다.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성원과 격려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특히 글을 읽고서 그냥 나가지 마시고 하트 뿅뿅 눌러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시는 센스, 거듭 감사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재작년 출간되었던 <다시 일어서는 용기> 광고 사진 첨부하면서 <국토를 달리다> 동쪽편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네이버에서 '다시 일어서는 용기' 검색해서 구매하는 센스 역시 필수입니다.
인세는 전액 불우아동 후원금으로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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