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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종주>

 

 

 

6 9일 목요일, 국토일주 아흐렛날, 부산 해운대에서 울산까지

 

 

목표경로: 부산역부산 기장읍(30km)-울산 울주군 온양읍(25km) 55km

 

 

 

6월 9일 목요일 첫번째

 

05:20 기차를 놓칠까 봐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새벽 5시에 짐 챙겨 나와 5 25분 기차를 탔다.

기차 안에서 자려했으나 오히려 눈이 말똥말똥하다. 7 14분에 오송에 도착해서 7 33분에 출발하는 부산행으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잠을 푹 잘 수도 없다. 지금 나는 다시 오송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국토일주 경로에 충청북도가 없다고 기차 타고 충청북도를 찍고 가는구나. 어떻게 목포에서 부산까지 한번에 가는 열차가 없다니!

며칠 동안 죽을 고생하며 달려온 구간을 단 몇 시간 만에 다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제기랄! 남부를 횡단하는 기차편이 없다는 것은 이번에 알았다. 창 밖으로 밝아오는 아침이 눈에 들어 온다. 기분이 묘하다. 차로 하루면 돌 수 있는 우리 국토를 왜 나는 꼭 달려서 하려 할까?

무엇을 얻기 위해 나는 이렇게 생고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국토일주를 하면서 나는 무엇을 깨달았을까?

무엇보다 육체의 극한을 경험했고 그래서 보다 더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고 실행하는 사람이 변화를 만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의 소중함, 인연과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준비안된 몸으로 쉼없이 이동하다 보니 오른 발목에 부상을 얻었지만,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보면 투자대비 백 배 천 배 이상의 수익률을 가져왔다.

 

하랑대디가 어제 가져다 준 물품들을 꺼내본다. 수제 단백질음료와 영양갱 2개, 자유시간 3개, 비타민 사탕 2개, 키네시오테이프. 음료수랑 스낵종류 몇 개 먹었는데도 들고 다니기에는 아직 꽤 무게가 나갈 정도가 남았다. 여기서 단백질음료는 마셔버리고 키네시오테이프는 테이핑을 해버린다.


 

07:14 오송에서 다시 부산행 기차로 갈아탔다.

나는 이제 서부종주를 마치고 동부종주를 하러 부산으로 가고 있다. 부산에 내려서 또 오로지 두 다리로만 해안을 따라 강원도 끝까지 쭉 올라갈 것이다.

 

 

완주에 대한 부담을 덜고 편한 마음으로 여행할 수 있을 만큼 하다가 서울로 가서 다시 또 일상으로 돌아 가야지.

어느 누구도 나를 간섭할 수 없고 이 여행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여행의 장점이다. 내 운명은 내 손으로 결정한다.

GPS 이동거리가 계속 줄어들어 불우아동 후원금 액수가 적어지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지만 그건 또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오늘 내일 중으로 지금까지의 GPS 이동거리를 한번 합산해 봐야겠다.

 

만일 이 국토일주에 대해 글을 쓰게 된다면 어떤 제목이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40대 일탈을 꿈꾸다. 뭔가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 성장 에세이 같다.

내 인생을 바꾼 국토일주. 음 내 인생이 별로 바뀔 건 없는데.

굳이 수식어를 붙여 본다면 리얼 버라이어티 스포츠 어드벤처 원맨쇼 드라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뭐 그건 차차 생각해 보자.

 

09:25 기차 안에서 잠도 못 자고 비몽사몽간에 엎치락뒤치락하다 보니 어느 새 부산역이다.

한주가 어제 밤에 도착해서 하룻밤 묵고 부산역에 일찍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내심 안 내려왔으면 부산에서 하루 정도 쉬면서 컨디션을 조절할까 했는데 그냥 강행군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어제 밤에 몽탄대교에서 꺾인 오른발목이 코끼리 발처럼 부어 올랐지만 그래도 간다.


09:31 부산역에 내려서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저 멀리 한주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오빠, 여기에요.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오는 한주가 무척이나 반갑다. 귀여운 얼굴에 듬직한 몸이 금방이라도 일본 격투만화에서 튀어나온 캐릭터 같다. 1년전 마라톤114 정모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내게 또랑또랑하게 건넨 말이 기억난다.

저 종합격투 배워요. 나 초크 잘 하는데 언제 한번 당해볼래요?

 

작은 키에 체격이 다부져서 마라톤보다는 역도선수가 어울리겠다 던진 농담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 때 들은 생각은 스무 살 정도가 아저씨들과의 대화에 스스럼이 없구나 정도였다. 아무튼 그 아이가 1년이 지나서도 계속 달리기에 빠져있을 때 놀라왔다.

무어가 좋아서 이렇게 달리기를 계속 할까?

그리고 오늘 다시 한번 놀라고 있다. 아니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을까? 왜 왔을까? 그러면 내가 뭘 해줘야 할까? 속으로 반가움 반 걱정 반이다.

 

그래 내 발목 쉬자고 부산에서 하루 종일 둘이 뭐 해. 국토일주를 경험하러 왔는데 가자. 갈 수 있는 데까지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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