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과는 달리 울트라마라토너과 등산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첫 번째로 백업시스템의 부재였다. 산길과 시골길, 국도 가릴 것 없이 뛰어야 할 텐데 백업 시스템 없이 급수와 급식, 잠자리, 갈아입을 옷을 어떻게 매일 해결할 것인가? 한국울트라마라톤연맹에서 달린 국토일주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 달린 것이고 봉고차가 뒤에서 항상 백업을 했기에 메고 달려야 하는 배낭도 필요하지 않았을뿐더러, 따라서 급수와 숙식, 옷에 대한 문제 역시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혼자 달려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배낭을 메고 달려야 하고 배낭무게는 최대한 가벼워야 했다. 방풍자켓 및 갈아입을 속옷, 자외선차단제, 응급약품, 핸드폰, 충전기, 예비배터리, 헤드랜턴, 야광조끼, 야광밴드, 지도 등 반..
방바닥에 지도를 펼쳐놓고 경로를 잡아 보았다. 집에서 출발해서 목포까지, 목포에서 부산까지, 부산에서 속초까지, 그리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코스를 그려보니 어림잡아 약 1300킬로미터가 되었다. 한 달 30일로 나누면 하루에 43킬로미터, 거의 풀코스 거리다. 한달동안 매일 마라톤 풀코스를 뛴다고 생각하면 되었다. 이 정도야 못 뛸까. 아무리 내가 요 몇 년간 달리기를 안 했다고 하더라도 마라톤 경력만 벌써 10여 년이 넘는데 걸어서라도 충분히 완주할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달리는 거리에 나만 만족해 할 것이 아니라 무언가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작년에 출간한 책 인세를 불우아동 후원금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그 금액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이 마음에 계속 걸리던 참이었다. 고심 끝에 킬로미터당..
프롤로그. 국토를 달리는 겁니다. 2016년 5월 국토를 달리는 겁니다. 올해 1월, 팀장이 버킷리스트를 물어 봤을 때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달려서 국토일주를 하는 것, 그것은 어렸을 적부터 어렴풋이 꿈꿔왔던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이었다. 원 없이 달려보는 것,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기 전까지 계속 달리는 것, 그 다음 날 일어나서도 계속 달리고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사건들을 경험하는 것 말이다. 낮에도 밤에도, 더운 날에도 추운 날에도, 바람이 불 때도 비가 내릴 때도, 무서움 공포 두려움 외로움 고독 힘겨움 슬픔 환희 희열 그리움 애틋함 경이로움 등의 온갖 감정들을 경험해 보며 달리고 싶었다. 뭐라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원 없이 달려보는 행위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다...
Photo by 김선아 국토를 달리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부산에서 양양까지 18일 동안 770km를 달린 한 남자의 이야기 국토일주 국토를 한 바퀴 돈다는 의미의 국토일주(國土一周)가 아닌 국토를 즐기며 달린다는 국토일주(國土逸走) 무아지경이다. 강원도 바다바람에 실려 오는 지릿한 내음새가 콧잔을 간지럽힌다. 핸드폰을 꺼내 다시 지도 앱을 켜고 현재 위치를 확인해 본다. 한참을 온 것 같은데 한 시간 동안 2킬로미터를 이동했다. 아직도 양양터미날까지는 그 만큼의 거리인 2킬로미터가 남았다. 더 이상 못 가겠다는 생각과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계속 충돌한다. 순간 발목이 끊어질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너무 아파 눈물이 나오려던 걸 참았다. 이 정도 갖고 울면 이제까지 온 게 뭐가 되나? 참고 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