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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토요일, 세 번째

 

12:01 정오가 넘어 간다. 부슬비 내리는 둑방길을 그 아름다움에 상념에 취해 몇 시간 이동하다 보니 어느덧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 사이로 도심이 보인다. 성냥각 같은 모양새가 모여있는 것이 틀림없이 빌딩들이다. 오늘 중간 목적지인 강경읍내가 맞다면 거의 30킬로미터를 이동해 온 셈이다. 그래도 자전거길을 따라 이동하니 길을 찾지 않아도 되어 체력이 완전 바닥은 아니다. 마지막 힘을 내 본다. 금강 종주 자전거길은 구간마다 스타일이 다양하다. 지금 여기 길은 직선으로 수 킬로미터다. 가도 가도 똑 같은 길이 이어져 있다.

 

 

12:05 저기 길 끝에 조그마한 점이 보인다. 더 가보니 사람이쪼그리고 앉아 있다.가만 보니 핸드폰으로 나를 찍는 것도 같다. 그리고는 갑자기 일어나서 손을 흔든다. 어 누구지? 가까이 가서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니 마라톤114 카페 단복을 입은 것이 오래달리기님이다. 아니 이게 왠 일이야.

 

 

오래달리기님 어떻게 알고 여기에 오셨어요?

오늘 금강길을 달리면 이 때쯤 도착할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단다.

동탄에서 오신 거에요?

그렇단다. 국토일주하는 것을 댓글로만 계속 응원하다가 식사라도 사주고 싶어서 동탄에서 차 끌고 왔단다. 대박이다. 점심식사 같이 하자는 이야기가 바로 이거였구나.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던 몸이 신기하게도 되살아 난다. 금강종주 자전거길을 빠져 나와 강경읍내 주차한 곳까지 오래달리기님과 달려서 갔다. 차를 타고 이동하자는 말씀에 손사래를 쳤다.

그냥 걸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으로 가서 드시면 안될까요?

 

 

 

12:17 정말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으시단다. 한우 사주고 싶다고 하는데 고집이 상당하시다. 본인이 마음먹고 동탄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 뜻을 꺾으면 안 될 것 같아 굳이 사주신다면 돼지갈비를 사달라고 했다. 달작지근한 고기가 땡겼다.

제일 먼저 보이는 고깃집에 들어가 짐을 풀고 기대 앉아 맥주 딱 한잔을 하는데 천국이 따로 없다. 처음 만남이지만 같은 마라톤 주제로 이야기가 끝이 없다. 정모에 참석한 적도 없으시다는데 카페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 혹시 직업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치과의사라고 하신다. 어쩐지 대단히 분석적이고 세심한 부분이 있었다. 키네시오 테이프도 사 갖고 오셨단다. 테이프가 다 떨어졌다는 게시글을 읽고 본인이 사 갖고 온 것이다. 안 그래도 필요했는데 다행이다. 바로 갈아 붙였다. 말씀이 구수하니 동네 형 같다.

 

13:55 얼마나 시간을 보냈을까. 이제 식사를 마치고 이동할 시간이 되었다.

가는 길 같이 좀 가겠다고 해서 걷는데 맨발님이 게시글 댓글에서 언급한 황산식당이 보인다. 아하, 이 곳이구나. 젓갈백반 메뉴가 돋보인다. 읍 내부로 들어가니 왠 걸, 젓갈가게가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강경에는 젓갈이 유명하다고 말로만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14:05 오래달리기님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사우나탕을 찾아 들어 갔다.

비 내리는 강경 도심의 사우나탕에 나 홀로 망중한(忙中閑)을 즐길 수 있는 이 여유로움이여!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나니 몸이 다시 회복되는 것 같다. 살 것 같다.

이대로 그냥 있었으면 좋으련만, 오늘 반드시 전라도에 입성을 하고 싶은 마음에 힘겹지만 몸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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